직장에서 밀려난 60대 베테랑 라디오 진행자들이 동년배를 위해 설립한 라디오 방송국이 영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데이비드 로이드(65)는 40년간 몸담았던 라디오 업계에서 설 자리를 잃자 2020년 친구이자 전 상사인 필 라일리와 함께 '붐 라디오'(Boom Radio)를 설립했다.
이들은 젊은 청취자 확보에만 몰두하는 미디어 업계가 경험 많은 고령 방송인들을 외면하는 현실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로이드는 자신의 연금과 지인들의 투자를 받아 약 50만달러(약 7억2000만원)의 초기 자본을 마련했다.
붐 라디오는 은퇴했거나 일선에서 물러난 영국의 유명 라디오 진행자들을 영입했다. 높은 급여 대신 각자의 집에서 방송할 수 있는 창의적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1950~70년대 음악을 중심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공감을 얻는 방송을 제작했다.
방송은 2021년 시작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5년 만에 월 청취자 100만명 이상을 확보했으며, '붐 라이트'와 '붐 록'이라는 두 개의 자매 채널을 추가로 개국할 만큼 성장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할레 나제리 장수경제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65세 정년이라는 개념이 기대수명이 80세에 달하는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학교, 직장, 은퇴라는 3단계 삶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국적 여론조사기관 에이곤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의 51%는 활발한 사회 참여와 정신적 활동 유지를 위해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는 금전적 이유를 넘어선 '삶의 보람'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도 고령 인력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CVS헬스는 50세 이상 인력을 약사로 채용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고령 직원에게 근무 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
싱가포르와 일본 등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40세 이상 근로자의 직업 훈련을 지원하며, 일본은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붐 라디오의 공동 창업자 로이드는 "청취자들로부터 '남편 사별 후 텅 빈 집에서 당신들 방송이 친구가 되어준다'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