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됐던 인플레이션이 5년째 이어지며 경제와 정치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된 물가 급등 사태가 이번 달로 5주년을 맞았다. 이는 여전히 정책 논쟁과 국가 정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 상승은 2021년 3월 본격화됐다. 당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를 '일시적'이라고 평가했으나, 물가상승률은 예상을 뛰어넘어 가팔라졌다. 연준의 목표치(2%)를 세 배 웃도는 6%를 넘어선 데 이어, 2022년 6월에는 7%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같은 달 9%를 넘어서며 198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뒤늦게 연준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은 실질 소득을 잠식하는 세금처럼 작용했다. 현재 1달러의 가치는 2020년 1월의 약 79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강도 긴축 정책은 특히 주택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3% 미만이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 이상으로 치솟으며 수백 달러의 월 상환 부담이 늘었다. 이로 인해 많은 미국인이 주택 구매를 포기하는 등 '값싼 돈'의 시대가 끝났다는 충격이 확산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연준의 선호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여전히 목표치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준은 이번 주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새로운 물가 충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28일 교전 시작 이후 약 25% 급등했다.

물가 문제는 정치권의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2024년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식품 가격과 의료비 등이 가계에 부담을 주면서 '생활비'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