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투표법 개정안이 오히려 공화당 지지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SAVE America Act)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유권자 등록 시 미국 여권이나 출생증명서로 시민권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여권 소지율이 낮고, 결혼 후 성씨를 바꾸는 경향이 커 출생증명서와 현재 이름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진보 성향의 미국진보센터(CAP)는 여권 소지율이 높은 17개 주 중 14곳이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여권 소지율이 가장 낮은 12개 주는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그 베데코빅스 미국진보센터 국장은 "공화당 유권자들이 이 법안으로 인해 불균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법안은 많은 유권자가 직접 선거관리 기관을 방문해 등록하도록 요구한다. 이 때문에 여권 소지율이 낮은 농촌 지역 유권자들이 더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화당 소속인 리사 머카우스키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법안이 많은 알래스카 주민의 선거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퓨리서치센터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결혼 시 성씨를 유지하는 비율은 민주당 여성이 공화당 여성보다 두 배 높았다. 2024년 대선 당시 CNN 출구조사에서 기혼 여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혼 여성은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초당파정책센터(BPC)의 렌 오리 국장은 공화당원은 출생증명서를, 민주당원은 여권을 더 많이 소지하는 경향이 있어 특정 정당에만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11월 중간선거 승리가 보장된다"며 공화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상원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