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매업계에서 헬스장, 피부미용실 등 서비스 기반 업종의 임대 면적이 사상 처음으로 상품 판매 매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 분석업체 코스타를 인용해 2025년 미국 전체 소매 임대 면적에서 서비스 기반 임차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소폭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15년 전 40%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변화는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의류, 신발 등 상품 판매에 필요한 오프라인 공간이 줄어든 반면, 건강과 외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의 지출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확고히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브랜던 스벡 코스타 미국 소매 분석 담당 이사는 "과거에는 명품 핸드백이 부의 상징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요가 수업이나 얼굴 관리에 돈을 쓰는 것이 더 일반적인 지위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 웰니스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미국의 웰니스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2조1000억달러(약 3024조원)에 달한다. 레이저 시술, 정맥주사 수분 보충, 보톡스 등 미용·건강 관련 상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로 쇼핑센터 소유주인 브릭스모어는 필라델피아 교외의 한 쇼핑센터에서 주류 판매점이 나간 자리를 동물병원, 얼굴 스파 체인, 스트레칭 스튜디오, 네일 살롱 등 4개의 작은 가게로 분할했다. 브라이언 피네건 브릭스모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통해 이전보다 20% 높은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피트니스 센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코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 기반 임대 계약에서 피트니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2016년 20%에서 급증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최근에는 오젬픽 등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당뇨병 치료제(GLP-1 계열)의 유행도 헬스장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피트니스 체인 플래닛 피트니스의 칩 올슨 최고개발책임자는 "체중 감량 후 몸매를 다듬기 위해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상품 판매 매장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업종의 강력한 수요 덕분에 미국 전체 소매점 공실률은 4.4%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플래닛 피트니스는 파산한 잡화점 체인 조앤이나 약국 체인 라이트 에이드가 떠난 자리에 입점하는 등 서비스 업종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