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발생한 2차 주택담보대출, 이른바 '좀비 대출'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각 주 정부가 소비자 보호 입법에 나서자 금융업계가 강력히 반발하며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좀비 대출은 금융위기 이후 잊혔던 2차 담보대출 채권을 일부 채권추심업체들이 헐값에 사들인 뒤, 수년간의 연체 이자까지 더해 주택 소유자에게 상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남아있는 이러한 대출은 60만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주에는 주택 압류를 금지하는 소멸시효가 있지만, 많은 소비자가 이 사실을 모른 채 추심에 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메릴랜드주 등 여러 주 의회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메릴랜드주에서는 주택 압류 시효를 채무 불이행 후 10년으로 설정하고, 5년 이상 연체된 2차 담보대출에 대해 정확한 이자액 증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금융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메릴랜드 은행 협회 소속 로비스트는 해당 법안이 부수적인 대출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문제'라고 주장하며 법안 통과를 저지했다. 이 법안은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으나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관련 법이 통과됐지만, 곧바로 법적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해 6월 개빈 뉴섬 주지사는 채권추심업체가 대출을 적법하게 관리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압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민간 대출 기관과 신용 조합 등을 대표하는 무역 단체들이 해당 법이 위헌이라며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새 규정이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신용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소비자 보호법을 이미 시행한 주에서는 금융업계의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버지니아주는 2024년 채권추심업체가 연체 이자액의 정확성을 법적으로 증명하도록 의무화했다. 법안을 발의한 마커스 사이먼 주 하원의원은 "법 시행 이후 약 1년간 좀비 대출 관련 압류가 사실상 멈췄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