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수도·하수 처리 기업인 템스워터의 구제금융 협상이 벌금 면제라는 중대 조건에 부딪혔으며, 최종 타결을 위해선 공청회를 통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이 포함된 템스워터 채권단은 규제기관인 수도규제청(Ofwat)과의 협상에서 개선된 구제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약 33억5000만파운드(약 6조3000억원)의 신규 자본과 32억5000만파운드의 신규 부채를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회사가 특별관리절차(사실상 파산)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채권단은 자금 투입의 조건으로 2030년 3월까지 5년간 하수 유출, 누수 등 각종 문제에 대한 규제 당국의 벌금 부과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템스워터는 그동안 현행 벌금 제도로 인해 실적 악화와 벌금 부과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갇혀 있다고 주장해왔다. 벌금 때문에 기반 시설 개선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벌금 면제 대신 채권단은 수도규제청과 협의해 자체적인 성과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제안했다. 만약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벌금을 지불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한 자금을 사용하고 기존에 부과된 미납 벌금도 모두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 대변인은 2030년까지 오염 사고를 30% 줄이겠다는 목표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만약 수도규제청이 이 거래에 동의하면, 템스워터의 사업 면허 변경이 포함되기 때문에 공청회를 열어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템스워터는 만성적인 누수와 하수 유출 문제로 대중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으며, 일부 노동당 의원들은 국유화를 요구하고 있다.

싱크탱크 '레이버 투게더'의 댄 미드 경제 자문은 "정부는 오염 목표를 완화하거나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엠마 레이놀즈 환경부 장관 역시 최근 "법을 어긴 기업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번 협상은 5월 7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은 피하는 '선거 전 기간'을 고려하면, 합의는 4월 초 이전이나 선거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폴 비커스 애널리스트는 "벌금 면제 제안이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