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낳은 자녀와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검사 결과를 받은 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유전자 증거의 신뢰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IFL사이언스에 따르면 2002년 미국 워싱턴주에 사는 리디아 페어차일드는 복지 수당 신청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제출한 DNA 검사 결과, 그녀가 자녀들의 친모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복지 담당자와 법조계는 페어차일드가 대리모를 이용했거나 사기를 치고 있다고 의심했다. 아이들의 아버지인 제이미 타운센드와는 유전적으로 친자 관계가 성립했기 때문이다. 페어차일드가 출산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셋째 아이를 출산할 때 법원 관계자가 직접 분만 과정을 지켜봤음에도, 신생아와 페어차일드의 DNA는 또다시 불일치했다. 사건의 실마리는 변호사 앨런 틴델이 같은 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논문을 발견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논문에는 신장 이식을 위해 검사를 받다가 두 아들과 유전적으로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50대 여성 캐런 키건의 사례가 실려 있었다. 연구 결과, 키건은 두 개의 다른 DNA 세트를 가진 '키메라'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키메리즘은 임신 초기 두 개의 수정란이 자궁 안에서 하나로 합쳐지면서 한 몸에 서로 다른 유전 정보가 공존하는 희귀 현상이다. 이른바 '사라지는 쌍둥이 증후군'의 일종으로, 흡수된 쌍둥이의 유전자가 몸의 특정 부위에 남게 된다.
추가 검사 결과 페어차일드 역시 키메라로 확인됐다. 뺨이나 혈액 등 일반적인 부위의 DNA는 자녀들과 달랐지만, 자궁경부에서 채취한 DNA는 자녀들의 것과 일치했다. 결국 페어차일드에 대한 사기 혐의는 기각됐다.
이 사건들은 '한 사람, 하나의 유전체'라는 통념을 깨고 미국 법조계에서 DNA 증거의 절대성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키메라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며, 법적·의학적 문제 상황에서만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