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방산주들의 가파른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국방비 증액 약속을 넘어 실제적인 이익 성장을 확인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 방산주 주가는 지난 1월 중순 이후 대체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며 2026년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유럽 방산 부문 주가는 기술이나 명품 부문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의 주가수익비율(PER)보다 두 배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판 란스홋 켐펜 자산운용의 요스트 판 리더스 수석 투자 전략가는 "유럽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긴장감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쟁 유형의 변화가 방산 부문의 매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이달 초 상장한 잠수함 부품 공급업체 개블러 그룹은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마감했다. 탄약 제조업체 CSG는 선방했으나 동종 업계와 상당한 가치 격차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역대급 수주 잔고에도 실망스러운 매출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이는 장기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JP모건체이스는 보고서에서 "2022~2025년에는 독일의 재무장에 따른 엄청난 상승 잠재력에 기댔지만, 오늘날 투자자들은 전적으로 실행 능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라인메탈이 '일시적인 신뢰 격차'를 겪고 있을 뿐이며 주가가 동종 기업 대비 할증 거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의 특징으로 떠오른 '드론 전쟁'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이 탱크, 대포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 무기 생산에서 벗어나 기술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W1M 자산운용의 크리스 가르스텐 펀드매니저는 "비싼 전투기나 탱크가 미래 분쟁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콩스버그 그루펜, 인드라 시스테마스처럼 차세대 제품에 투자하는 기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오는 7월 정상회의에서 드론 기술, 인공지능(AI) 시스템 등 현대전 기술에 대한 효율적 투자를 논의할 계획이다. 라인메탈, 레오나르도 등 유럽 방산업체들도 드론 요격, 사이버 보안, AI 등 신기술 역량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S&P 500 항공우주·국방 부문은 시장 평균보다 높은 주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높은 수준으로 이뤄지는 미군 분쟁을 처음 목격하고 있다"며 "향후 6개월간 방산 분야의 승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