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군사화'를 주도하는 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가 '3차 세계대전 방지'를 내세우며 기술을 통한 군사적 패권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팰런티어 경영진들은 최근 잇따라 저서를 출간하며 이 같은 '팰런티어리즘'(Palantirianism)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저서 '기술 공화국'에서 실리콘밸리 기술로 무장한 군사 공화국 비전을 제시했다.

샴 산카르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저서 '동원'을 통해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를 막기 위해 군수 생산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외교가 아닌 인공지능(AI) 기반의 압도적 화력만이 평화를 담보하는 '억지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상징적 사건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산카르 CTO를 포함한 4명의 IT 기업 임원들이 군 경력 없이 미 육군 예비군 중령으로 임관했다. 이들은 '경영 혁신 부대'로 알려진 신설 부대 소속으로, 국방부와 실리콘밸리의 관계 심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팰런티어는 미군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반에서 사용되는 AI 플랫폼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을 운영하며 국방 분야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구글이 맡았으나 직원 반발로 포기하자 팰런티어가 이어받아 확장시켰다.

프로젝트 메이븐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최근에는 앤트로픽의 챗봇 '클로드'와 결합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시스템이 이란 내 수천 개의 폭격 목표물을 신속하게 생성하는 데 사용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팰런티어는 2003년 미 중앙정보국(CIA)의 벤처캐피털 회사인 인큐텔(In-Q-Tel)의 초기 투자를 받아 설립됐다.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과 함께 '서방 수호'를 기치로 내걸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3600억달러(약 518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행보에 비판도 거세다. 팰런티어는 감시 국가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비판가들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팰런티어의 철학은 벤처 투자를 통해 다른 방산 스타트업으로 확산하며 실리콘밸리 엘리트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