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비부머 세대가 남긴 물건들이 유산 처분 세일(estate sale) 시장에 쏟아지면서, 이를 구매하려는 MZ세대가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에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에 접어들며 다운사이징, 이혼, 사망 등으로 평생 모은 물건을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줄리 홀 미국 부동산정리협회 이사는 이를 '물건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 내 55세 이상 인구는 약 1억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량 생산과 소비 시대에 성장하며 많은 물건을 축적했지만, 자녀 세대는 다른 생활 방식이나 공간 부족을 이유로 상속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뉴저지의 유산 처분 업체 대표인 사라 허쉬는 "부머 세대의 집은 중고 물품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는 리셀러와 젊은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재고"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속가능성과 복고풍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더욱 확산하고 있다. Z세대는 '코티지코어', '할머니코어' 등 복고풍 미학에 열광하며, 밀레니얼 세대는 20세기 중반의 모던한 디자인 가구를 선호한다.

특히 은(銀) 가격 상승으로 스털링 실버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댈러스의 유산 처분 전문가 재널 스톤은 "은식기 무게를 잴 때면 그램 저울과 비닐봉지 때문에 마치 마약상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빈티지 의류, 보석, 장난감, 전자제품 등도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반면 모든 물건이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크고 무거운 갈색 가구나 웨딩 차이나, 크리스털 식기류 등은 잘 팔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홀 이사는 "크고 무겁고 어두운 가구일수록 팔리지 않고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은 유산 처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구매자들은 사전에 온라인으로 매물을 확인하고, 판매자들은 시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이베이(eBay)나 디팝(Depop) 등에서 중고품을 되팔아 수익을 내는 전문 리셀러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좋은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 세대가 평생 모은 물건들이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가치로 재발견되는 현상이라며, 유산 처분 시장의 '황금기'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