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력 시장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입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동 분쟁으로 유가가 급등했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전력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 등 2022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안정세의 배경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화석연료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 것이다.

알피크 홀딩의 모르간 트리외 쿠오트 트레이딩 헤드는 "전력 시장은 석유 시장보다 훨씬 다각화돼 있어 공급 제약에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블룸버그NEF는 오는 4월 독일의 태양광 발전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5%, 풍력 발전량은 70%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라보뱅크는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없었다면 유럽 전력 가격이 지금보다 약 3분의 1 더 높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증하면서 수요가 적은 낮 시간대에는 전력 도매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분쟁 발생 이후 마이너스 시간당 가격이 기록됐다.

다만 시장이 충격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태양광 발전이 없는 저녁 시간대에는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 전력 가격이 평소의 3배 수준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마르쿠스 크레버 RWE 최고경영자(CEO)는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기화에 투자해야 한다는 신호가 더욱 강해졌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와 관련해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부터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