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17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발간한 '미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 증대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90일 이상 신용카드 연체율은 2025년 4분기 12.70%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2분기(12.1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러한 재정 악화는 고물가와 소득 정체, 저축 고갈이라는 삼중고에 기인한다. 저소득층은 지출의 절반(49.4%)을 차지하는 주거비, 식료품 등 필수재 가격 급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소득 상황도 악화했다. 저소득층의 임금상승률은 2024년 4분기부터 다른 계층보다 빠르게 둔화했으며, 2025년 하반기에는 실질 임금 상승이 거의 정체됐다.

생계비 부담을 상쇄해 줄 저축마저 바닥을 드러냈다. 2019년 4분기부터 2025년 3분기 사이 저소득층의 저축 잔액은 6.0% 감소한 반면, 다른 소득 계층은 모두 증가했다.

결국 부족해진 소비 여력을 고금리 신용카드 대출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2025년 3분기 미국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은 6600억달러(약 950조4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평균 금리는 24.5%에 달했다.

생계비 부담 증가는 소비 위축으로도 이어졌다. 올해 1월 기준 저소득 가계의 소비증가율은 0.3%까지 하락했으나, 고소득 가계는 2.5%의 안정적 흐름을 보이며 소득 계층 간 '소비 양극화'가 심화했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 소득 증가 둔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저소득 가계의 생계비 부담과 건전성 악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신용카드 이자율 상한제 등 정책은 오히려 저신용자의 신용 접근성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