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989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방력 증강에 나서면서 안보 강화는 물론 상당한 경기 부양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는 초기 6000억 유로(약 989조원) 규모의 국방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럽 안보 보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정적 시각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지정학적 필요성에서 시작된 대규모 국방비 지출은 독일 경제에 의미 있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UBS의 펠릭스 휴프너 애널리스트는 국방 부문이 2028년까지 독일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 역시 국방비 증액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초기에는 지출액 상당 부분이 미국 등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계약의 85%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역내 기업에 집중됐다. 독일 정부가 유럽연합(EU) 전체 입찰을 건너뛰고 자국 기업과 직접 계약할 수 있는 조항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독일 방산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독일 1위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15개월 만에 신규 탄약 공장을 완공했으며, 2025년 초 이후 주가가 160% 이상 급등했다. 레이더 제조업체 헨솔트의 지난해 수주액은 62%나 뛰었다.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퍼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이란과의 분쟁 이후 걸프 국가들의 방공 시스템 주문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강력한 수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산 투자는 어려움을 겪던 독일 제조업에도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일부 자동차 부품사들은 군용 장비 부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1월까지 독일의 제조업 수주는 방산 관련 품목에 힘입어 7.4% 증가했다.
금융권과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과거 방위 산업 투자를 꺼리던 민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요격 드론 제조업체 타이탄 테크놀로지스는 최근 3000만 유로(약 430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도이체방크는 방산 금융 지원을 위한 전담팀까지 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