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고리키의 희곡 '여름 사람들'이 120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해 영국 런던 국립극장에서 공연된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작가 남매인 니나 레인과 모지스 레인이 공동 각색한 이 작품은 1904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사회적 격변 직전의 불안감을 담아내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여름 사람들'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과 같은 해에 발표된 작품이다. '벚꽃 동산'이 몰락하는 귀족 계급을 다뤘다면, '여름 사람들'은 부를 축적한 신흥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세상의 혼란은 외면한 채 여름 별장에서 휴가를 즐긴다.

각색을 맡은 니나 레인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작품 속 인물 바르바라가 '불안하다'고 계속 말하는 대목이 있다"며 "이는 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음을 동물적으로 감지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 현대 중산층의 대화를 듣는 것 같다"며 작품의 동시대성을 강조했다.

레인 남매에게 이러한 역사적 격변은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 이들은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조카 손주들이다. 이들의 외가인 파스테르나크 가문은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을 겪으며 절반은 러시아에 남고, 절반은 해외로 망명했다.

레인 남매는 작품의 배경을 현대로 옮기는 대신, 원작의 시대적 배경은 유지하면서 대사만 현대적 구어로 바꿨다. 니나 레인은 "작품을 현대화하면 시대를 초월하는 놀라운 특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과거에도 일어났던 일이 지금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리키 원작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대 관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여름 사람들'은 오는 4월 29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