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항공업계의 유류비 헷징(Hedge·위험회피) 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항공사 운영 비용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유류비가 급등하자 각 항공사의 헷징 전략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항공사들은 대부분 헷징을 유지하는 반면, 미국 대형 항공사들은 대부분 헷징을 포기한 상태다.
실제로 영국항공의 모기업인 IAG는 유류비 헷징 덕분에 당장 항공권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헷징을 하지 않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고유가로 인해 1분기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미국 항공사들은 과거 유가 하락기에 헷징으로 인해 더 비싼 가격에 유류를 구매하며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커비 CEO는 과거 "항공사가 아닌 은행가들이 헷징으로 이익을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지난해 헷징을 포기했으며, 델타항공은 정유소를 직접 소유하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
반면 유럽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과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시장 변동성으로부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헷징을 선호한다. 국적 항공사로서 예기치 않은 손실과 정부의 감시를 피하려는 경향도 헷징 유지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헷징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항공은 2017년 5년 만기 헷징 계약을 체결했다가 팬데믹 기간 유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 2008년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시 유가 급등기에는 이익을 봤지만, 몇 달 뒤 유가가 폭락하자 17년 만에 분기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헷징은 지정학, 경제, 금융 공학 등 복잡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항공사가 헷징보다 승객에게 유류할증료를 부과하는 단순한 방식을 택하거나,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