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지정학적 위기가 영란은행(BoE)의 새로운 통화정책 모델을 시험대에 올렸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과의 전쟁 위기로 인한 극심한 불확실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란은행의 금리 정책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오는 목요일로 예정된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꺾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단기적으로 3.75%에 머물고, 2026년 말까지는 인하보다 인상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권고에 따라 영란은행이 도입한 새 통화정책 접근법의 첫 실전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영란은행은 단일 전망치 대신 여러 '시나리오'를 활용해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지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데이비드 에이크먼 국립경제사회연구소장은 "지금이 MPC가 새로운 정책 도구를 사용할 이상적인 순간"이라며 "단일 예측은 잘못된 정확성을 전달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통해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정책 방향을 더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PC가 각 시나리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위원 개개인이 어떤 시나리오를 더 비중 있게 보는지에 대한 의견 차이도 문제로 남아있다.
현재 MPC는 성장 둔화와 지속적인 물가 압력 위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앤드루 굿윈은 "중앙은행들이 과거처럼 에너지 가격 충격의 인플레이션 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로버트 우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두가 목표치를 계속 상회하는 상황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하므로 약간 매파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와는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둔화와 실업률 상승으로 기업이 에너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BNP파리바의 다니 스토이로바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금리 인상 문턱은 높을 것"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나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다면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