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플라스틱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일본 산업계 공급망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데미츠코산, 미쓰이화학 등 일본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나프타 공급 불안을 이유로 잇따라 생산 감축을 발표했다. 이란에서의 전쟁 발발 후 2주여 만에 일본 내 에틸렌 생산 거점 약 12곳 중 절반이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에틸렌은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기초 화학제품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석유제품이다. 페트병, 건자재, 가전제품 등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쓰이며 휘발유 제조에도 이용된다. 이번 감산 사태가 식품에서 첨단 기술 분야까지 광범위한 산업의 생산 차질과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자문회사 BCMG의 마틴 차우드리 창업자는 시장이 "나프타 공급 중단이 불러올 연쇄적인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될 수 있는 문제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나프타 수요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물량의 약 70%는 중동에서 온다.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 차질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실제로 이란 전쟁 시작 이후 일본의 나프타 가격은 약 66% 급등했다. 시네츠화학공업은 지난 16일 에틸렌 공급 제약을 이유로 염화비닐수지(PVC)의 일본 내 판매 가격 인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증권의 니시야마 유타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일본의 원유 비축량은 약 250일분이지만 나프타 비축량은 약 20일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축 물량이 방출되더라도 석유화학 업계보다는 휘발유 생산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중동 나프타 의존도가 높다. 반면 미국은 석유화학 산업의 상당수가 대체 원료인 에탄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나프타 부족의 영향은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식품 용기 제조업체 에프피코의 주가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도쿄증시 토픽스(TOPIX) 지수 하락률인 약 7%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차우드리 BCMG 창업자는 "공급망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처럼 될 수 있다"며 "시장의 안일함이 지금 가장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