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일랜드가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력의 8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일랜드 규제 당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허용 방안을 발표했다. 아일랜드는 2021년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를 이유로 신규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한 바 있다.
현재 아일랜드 전체 전력의 2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2034년까지 3분의 1에 육박할 전망이다. 아일랜드 공공요금규제위원회(CRU)는 데이터센터가 "기술 집약적이고 혁신적인 경제의 핵심 인프라"라며 신규 프로젝트를 허용했다. 다만 가동 시작 6년 이내에 연간 전력 수요의 최소 80%를 아일랜드 내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같은 문제는 아일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2022년 데이터센터 전력난으로 신규 건설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의 최대 3분의 1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일랜드가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경제적 유인 때문이다. 기술 부문은 아일랜드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며, 법인세 수입의 주요 원천이다.
그러나 새 정책의 실현은 쉽지 않다. 아일랜드는 2030년까지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2024년 기준 여전히 42%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퓨어 데이터 센터 그룹'은 최근 더블린에 유럽 최초의 독립형(오프그리드) 데이터센터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대안을 제시했다. 이 110MW 규모의 마이크로그리드는 바이오메탄 등 친환경 연료로 100% 가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이오메탄은 천연가스보다 비싸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들이 여전히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전력망 연결을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같은 부지에 결합하는 '녹색 에너지 파크'도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된다. 아일랜드 전력망 운영사들은 이달 말 CRU의 새 규정 적용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CRU는 중기적으로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부문에 약 5.8GW의 추가 수요 용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데이터센터 규모가 2~3GW로 축소되더라도, 이는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