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대(對)이란 유화책이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이어진 이란의 보복으로 인해 역풍을 맞으며 '비전 2030' 등 경제 개발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2주 전 이란을 공격한 이후 이란은 사우디 내 미군 기지와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 주요 정유 시설 등을 겨냥해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 사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야심 찬 경제 개혁 '비전 2030'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당장 오는 4월 사우디와 바레인에서 열릴 예정이던 포뮬러1(F1) 경주가 전쟁을 이유로 취소됐다.
피라스 막사드 유라시아그룹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이사는 "사우디는 이미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제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해 (경제 개발) 일정은 훨씬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년간 이란을 적대시했던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 발전에 필요한 역내 안정을 위해 이란과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2023년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7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하는 등 외교적 전환을 꾀했다.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 교수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그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그는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안정과 질서를 원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공개적으로는 이란을 비난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분쟁이 끝나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미국이 섣불리 공격을 멈출 경우 더 호전적인 이란을 마주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FT는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하지는 않지만, 약화된 이란은 사우디의 국익에 부합한다"며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사우디는 핵보유국인 파키스탄, 주요 원유 구매국인 중국 등을 통해 이란에 긴장 완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사우디와 이란의 소통 채널은 장관급에서 대사급으로 격하됐다. 한 관계자는 "이란과 좋은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환상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