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경쟁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고 있으나, 프로젝트의 막대한 가치를 보장할 보험 상품이 부족해 자금 조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KKR, 블랙스톤 등 대형 투자사들은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불충분한 보험 보장을 이유로 대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 전체를 보장하는 보험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출 기관들은 자연재해나 전력·용수 공급 중단과 같은 사고 발생 시 막대한 손실에 노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AI 개발용으로 설계된 '메가 데이터센터'는 보험 가입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법무법인 커클랜드 앤 엘리스의 킴벌리 맥그래스 파트너는 "이 정도 규모에서는 시장에 보험 상품이 없거나 엄청나게 비싸다"고 지적했다. 1기가와트급 시설은 약 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실제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약 43조2000억원(3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는 확보한 보험 보장액이 약 5조7600억원(40억달러)에 그쳤다고 FT는 전했다.
이러한 보험 부족 현상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체적으로 위험을 감수해 온 시장 관행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자체 보유 자금이나 자회사형 특수목적 보험사인 '캡티브'를 이용해 위험에 대비해왔다.
보험 중개업체 마쉬의 케이트 페어헤드 중개인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존재로 인해 시장이 왜곡됐다"며 이로 인해 프로젝트 가치 전액을 보장하는 상품 수요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모 신용 펀드나 부동산 투자 신탁(REITs) 등 신규 대출 기관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벽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 중단 등 물리적 피해가 없는 사업 중단 위험을 보장하는 특수 보험도 등장했다. 보험사 파라메트릭스의 조나단 하처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에 45분간 정전이 발생하면 임대 계약의 엄격한 위약금 조항 때문에 반년치 수익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출 기관들은 인기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제한된 협상력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거나 대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변호사는 FT에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 대출 기관이 일부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