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중단하자는 주장에 스페인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한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ETS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ETS는 전체 에너지 비용의 약 11%를 차지한다.

사라 아헤센 무뇨스 스페인 에너지 장관은 FT에 "작동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무책임하고 큰 실수"라며 "ETS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ETS가 유럽의 녹색 혁신과 투자를 촉진하는 데 "큰 성공"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탈리아, 독일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가스 가격이 상승하자 탄소 비용을 문제 삼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ETS 중단을 요구했으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연합 대표도 지난달 이 제도를 문제 삼아 탄소 가격이 7%가량 하락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도 대응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주 목요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ETS 검토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단기적으로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안정 예비분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은 2025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57%에 달해 높은 가스 가격에 대한 노출이 적다. 아헤센 장관은 ETS 중단 대신 취약 계층 보호와 재생에너지 부문 강화를 위한 국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