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발트 3국을 잇는 대규모 고속철도 사업 '레일 발티카'가 국방 문제 등으로 10년가량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피오트르 말렙샥 폴란드 인프라부 차관은 인터뷰에서 "레일 발티카 프로젝트를 2030년까지 완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전체 노선은 2030년이 아닌 2040년에야 완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렙샥 차관은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해 기존 철도망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빠르다"고 강조하며 국방 및 안보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레일 발티카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를 연결하는 총연장 1230km의 고속철도망이다. 구소련 시절 러시아식 광궤에 의존해온 인프라를 유럽 표준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지연 가능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한 폴란드와 발트 3국의 안보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폴란드는 현재 나토(NATO) 내에서 국방비 지출 비중이 가장 큰 국가다.

실제로 지난 2월 프랑스, 독일, 폴란드 교통장관들은 러시아 공격 시 병력과 군사 장비를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는 철도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반면 사업을 총괄하는 합작법인 측과 유럽연합(EU)은 기존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마르코 키빌라 레일 발티카 최고경영자(CEO)는 "건설 계획은 2030년 목표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2030년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마감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말렙샥 차관은 이미 급증한 사업비를 문제로 지적했다. 2017년 58억유로(약 8조3520억원)로 추산됐던 총비용은 2024년 감사 결과 238억유로(약 34조2720억원)로 4배가량 치솟았다.

그는 "자금 부족, EU의 기술적 요구사항, 건설 비용 상승 때문에"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없다며 EU가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