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 격화로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공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각국 정부가 공급량 확보와 가격 폭등 억제를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특히 수입 연료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은 전략 비축유 방출에 나섰다.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역대 최대 규모 공동 비축유 방출 계획에 따라 2246만배럴을 시장에 풀 계획이다.
일본 역시 원유 수입 차질에 따른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이번 주부터 약 45일분 비축유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전략 비축유는 약 254일분에 달한다.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미국산 LNG 추가 구매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축유 방출이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케이플러의 무위 쉬 연구원은 비축유 방출이 정유사들에 약간의 완충 시간을 줄 뿐이라며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 기업들은 생산을 늦춰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시행 중이다. 필리핀은 공공 부문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베트남은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태국 총리는 공무원들에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는 경제 활동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컨설팅 회사 컨트롤 리스크의 린 응우옌은 "에너지 사용에 대한 비교적 작은 제약조차 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은 부족한 물량을 더 비싼 값에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태국은 자국 내 비축 물량을 지키기 위해 수출을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캄보디아 주유소 약 3분의 1이 문을 닫는 등 연쇄적인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세계 2위 액화석유가스(LPG) 수입국인 인도는 가정용 공급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식당과 호텔 등에서는 LPG 부족 현상이 나타나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일부 메뉴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 기간 동안 유가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대책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두타트레야 다스 연구원은 "결국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장기적인 청정에너지 전략을 강화하며 에너지 소비 감축과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가장 취약한 시민과 기업을 돕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