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계획이 중동발 인플레이션이라는 암초를 만나 중대 기로에 섰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이번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하 시점이 아닌, 금리인하 기대 자체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에 직면했다.
이는 미국의 중동 전쟁이 세계 주요 해상 운송로를 교란시키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 우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미 주춤하던 상황에서 새로운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진 것이다. 연준은 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규모 관세 정책에 이어 5년째 예상치 못한 충격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나올 세 가지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 행보가 금리인하임을 시사하는 문구가 담긴 정책 성명서의 수정 여부, 19명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이 그것이다.
조너선 핑글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던 이들은 더 걱정이 커질 것이고, 노동시장을 우려하던 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연준의 결정이 한층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섣부른 인플레이션 승리 선언을 경계했다. 짐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지난해 말 제시했던 금리인하 전망을 이제는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 기대치를 대폭 낮췄다. 애틀랜타 연은에 따르면 이란과의 전쟁 발발 전 74%에 달했던 연내 금리인하 확률은 지난주 말 47%까지 떨어졌다. 반면 금리인상 가능성은 같은 기간 8%에서 35%로 급등했다.
상황은 2022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4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월평균 일자리가 37만7000개씩 늘고 가계 저축도 풍부했지만, 지난해 월평균 일자리 증가는 1만개에 그쳤고 연체율은 상승하는 등 경제 체력이 약해진 상태다.
WSJ은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를 선호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낮아졌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5월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번 회의 결정은 차기 연준이 물려받을 정책 기준선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