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울증 치료용으로 처방되는 마취제 케타민의 원격의료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사망 및 중독 사고가 잇따라 규제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 여성이 원격의료 플랫폼 '베터 유'(Better U)에서 처방받은 케타민을 복용한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케타민과 신경안정제 자낙스의 혼합 복용으로 인한 사고성 중독사였다.
고인은 이미 자낙스를 복용 중이라고 밝혔으나 업체 측 임상의는 케타민을 처방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두 약물을 병용할 경우 호흡기 문제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족은 베터 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케타민은 수술실 마취제나 클럽 마약 'K'로 알려졌으나, 2019년 FDA가 유사 성분의 우울증 치료제 '스프라바토'를 승인하며 주목받았다. 다만 스프라바토는 지정된 병원에서 의료진 감독하에 투약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 미국 연방 정부가 대면 진료 없이 원격으로 규제 약물을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케타민 원격 처방 시장이 급성장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현재 500개 이상의 업체가 의료 감독 없이 가정에서 복용하는 케타민을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와이오밍주에서는 산후우울증으로 케타민을 처방받은 여성이 네 딸을 총으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혈액에서는 환각을 유발하는 기준치의 4배가 넘는 케타민이 검출됐다.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내 케타민 사용자는 합법·불법을 포함해 100만명 이상으로 2021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같은 해 최소 395건의 약물 과다복용 사망 사건에서 케타민이 검출됐다.
크리스토퍼 블레이즈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케타민은 최소한의 감독하에 제공되면서 많은 해를 끼치는 위험하고 중독성 있는 약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환자들은 의료진의 철저한 감독하에 케타민을 투약할 경우 우울증 치료에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케타민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려면 낮은 용량으로 의료 감독하에 투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이용자는 원격의료 업체를 통해 월 400~500달러(약 58만~72만원)를 쓰며 케타민을 복용했지만, 극심한 환각 상태를 겪은 뒤 약을 모두 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대화 치료가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