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는 이달 들어 말레이시아 증시 벤치마크는 아시아 역내 경쟁국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냈다.

아시아의 몇 안 되는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지위 덕분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났지만, 말레이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은 이달 현재까지 8000만달러(약 1152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미미했다.

싱가포르 CLSA의 알렉산더 레드먼 수석 주식 전략가는 "다른 곳의 상황이 나빠질 때 가는 곳이 바로 말레이시아"라며 "경상수지 흑자, 석유·가스 순수출국 지위, 다른 나라보다 낮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내 에너지 비중 덕분에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은 다른 국가에는 부담이지만 말레이시아에는 정부 수입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 관련 수입은 2026년 정부 수입의 1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행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출을 늘리고 제조업과 신재생에너지 역량을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 교역액과 관광객 수도 기록을 경신하며 2025년 경제성장률이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경쟁국을 앞질렀다.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조립·테스트·패키징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으며, 자체 칩 설계 등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허브로도 부상 중이며, 관련 산업은 2025년 말레이시아 경제에 141억링깃(약 5조1840억원)을 기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신흥시장 전반에서 자금 유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보조금 부담 증가와 부패 혐의 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