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동 분쟁에 따른 원료 공급난 우려로 잇따라 생산 감축에 돌입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동 지역 분쟁이 플라스틱 핵심 원료인 나프타(naphtha)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석유 제품이다. 플라스틱병부터 건축 자재,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휘발유 생산 원료로도 쓰인다.

일본은 나프타 수요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며, 수입 물량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이로 인해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실제로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나프타 가격은 약 66% 급등했다. 씨티그룹은 일본의 나프타 비축량이 20일분에 불과해 250일분의 원유 비축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도쿄 소재 정유사 이데미쓰코산은 나프타 공급 감소에 대비해 지바와 도쿠야마 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을 줄인다고 밝혔다. 에틸렌은 나프타를 이용해 생산된다.

앞서 미쓰비시케미컬그룹, 미쓰이화학, 코스모에너지홀딩스 등도 지난주 유사한 감산 조치를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 내 12개 에틸렌 공장 중 6곳이 이미 감산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나프타 공급난이 석유화학 부문을 넘어 플라스틱, 자동차 등 후방 산업으로 번질 연쇄 충격을 경고했다.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중동 나프타 의존도가 높아 영향권에 있다.

주식 리서치 회사 펠햄 스미더스 어소시에이츠의 조엘 샤이먼 선임 애널리스트는 "공급망 하류로 갈수록 막대한 수의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석유 파생 제품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기업 자문회사 BCMG의 마틴 차우드리 설립자는 "투자자들이 나프타 공급 부족이 가져올 광범위한 위험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안일함"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