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투자은행 맥쿼리그룹이 디지털 뱅킹을 앞세워 현지 소매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맥쿼리는 호주 4대 시중은행이 장악해 온 주택담보대출과 예금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맥쿼리는 호주 전체 주택담보대출 시장(2조5000억호주달러·약 2592조원)의 약 7%를 차지했다. 예금 시장 점유율도 6%에 달한다. 규제 당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1년간 맥쿼리의 총예금은 약 25% 증가했다.

이는 '백만장자 공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자산운용과 원자재 거래에 강점을 보였던 맥쿼리가 소매금융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다는 평가다.

맥쿼리의 성공 전략은 '디지털'과 '속도'에 있다. 2012년 디지털 은행을 출범시킨 맥쿼리는 지점망 대신 제3자 대출 중개인을 활용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으로 대출 승인 시간을 단축하며 저위험 고객을 공략했다.

예금 유치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맥쿼리는 복잡한 조건 없이 연 4.5%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더 나은 금리를 찾아 움직이는 데 소극적인 호주 예금자들의 관성을 깨뜨리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맥쿼리의 총예금액은 2000억호주달러(약 207조3600억원)를 돌파했다. 이는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기존 은행들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맷 코민 커먼웰스은행(CBA)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어떤 은행도 지난 5년간 맥쿼리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일부 경쟁사가 규제상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벤 퍼햄 맥쿼리 개인금융 부문 대표는 "호주 시장은 공평한 경쟁의 장"이라며 규제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맥쿼리의 은행 부문이 지난 분기 13%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는 등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 자덴의 매튜 윌슨 애널리스트는 "맥쿼리는 그동안 조용히 세력을 확장해왔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며 호주 은행권의 지각 변동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