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미국 내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류와 농업 등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이날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갤런당 4.99달러(리터당 약 1900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 달 전보다 37% 급등한 수치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 가격 급등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세가 단기간에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에드 히어스 휴스턴대 에너지 경제학자는 "경유 가격은 로켓처럼 치솟았다가 깃털처럼 내려온다"며 "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유 가격 상승은 운송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운송업체 '스트롱 팩트 트러킹'의 카림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끔찍한 일이며 모든 사람이 더 높은 비용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식료품, 건설 자재 등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봄 파종 시기를 맞은 농가 역시 타격이 크다. 트랙터 등 중장비 연료로 경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농가가 경유에 지출한 비용은 약 100억달러(약 14조4000억원)에 달한다.

몬태나주의 목장주인 월터 슈바이처는 높은 비료 및 종자 비용, 낮은 원자재 가격에 더해 경유 가격 급등으로 "더 많은 농부가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농업인연맹에 따르면 2025년 농가 파산은 46% 증가했다.

미국 내 정제 시설 부족 문제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정제 시설 대부분이 노후화됐으며, 자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보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처리에 더 적합하게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렉스 재키즈 전 백악관 고문은 "미국의 기반 시설은 낡았고 국내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