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전역에서 에너지 공급망 붕괴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쿠바 에너지광업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국가 전력 시스템이 '완전 단절'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번 정전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쿠바에 대한 에너지 봉쇄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에너지광업부는 "원인을 조사 중이며 복구 절차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약 1100만명의 쿠바 국민이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쿠바의 에너지난은 미국의 고강도 압박 작전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쿠바의 오랜 석유 공급처였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당시 대통령을 축출했으며, 마지막 남은 공급선인 멕시코에도 대쿠바 석유 수출 중단을 압박해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쿠바는 미국의 사실상 봉쇄 조치로 경제 및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정전이 일상화됐고 항공유 부족으로 관광 산업이 타격을 입었으며, 병원 운영과 식량 배급 등 기본 사회 서비스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악화하는 여론 속에 지난 13일 밤 모론시에서는 공산당 지역 본부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이례적인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영 언론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5명이 체포됐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시위 당일 미국과 대화 중인 사실을 인정하며 "지난 3개월간 석유를 공급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간 이견을 대화로 풀기 위한 논의"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이란 문제를 먼저 처리한 뒤 쿠바에 집중할 것"이라며 "조만간 합의를 하거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