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출 대국인 호주가 자국 내 정제시설 부족으로 연료 수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동 분쟁이 3주째 이어지면서 호주 정부는 분쟁 장기화 시 연료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며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적인 석탄 및 천연가스 수출국이지만, 원유 생산량은 자국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시아 지역 신규 정제시설과의 경쟁에 밀려 현재는 노후 정제시설 단 2곳만 운영 중이며, 자국 연료 수요의 4분의 1 미만만 생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호주는 연료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루리온 데 멜로 매쿼리대 금융학과 선임강사는 "호주의 경유 공급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정제시설에 크게 의존한다"며 "이들 국가의 원유 도입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료 수급 불안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호주 주요 연료 공급업체들은 이미 소규모 소매업체 등에 공급하던 현물 판매를 중단했다. 농가들은 파종 시기를 앞두고 연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트럭 운송업계는 유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의 비상용 연료 비축량은 경유와 항공유가 약 한 달분, 휘발유는 그보다 약간 많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치인 90일에 크게 못 미치는 양이다. 심지어 호주 정부는 최근 수입업자와 정제업체의 의무 비축량을 약 20% 줄이기도 했다.

호주 정부는 현재 연료 공급은 충분하며 일부 부족 현상은 사재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주말 사이 지방 주유소들이 배급제를 시행하거나 완전히 동이 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