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면서도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이란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란은 하루 2000억원이 넘는 원유 판매 수입을 올리고 있다.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미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이란산 원유의 해상 운송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선박들이 이미 빠져나가고 있으며, 우리는 세계 나머지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이를 허용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인도와 중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등 자연스러운 판로가 열릴 것으로 보며, 현재로서는 괜찮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분쟁 시작 이후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항인 카르그섬에서 최소 13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원유를 선적했다. 이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이란산 원유는 약 2400만 배럴에 달한다.
케이플러와 보텍사(Vortexa)는 이란이 분쟁 이후에도 매일 150만~160만 배럴의 원유를 유조선에 싣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하루 약 1억4000만달러(약 2016억원)의 수입에 해당한다.
앞서 미국은 지난 주말 카르그섬의 해군 기뢰 저장 시설 등 90여곳을 타격했다고 밝혔으나, 원유 관련 기반 시설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워싱턴 일각에서는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카르그섬을 점령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도란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은 "카르그섬 점령은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완벽한 방법"이라면서도 "미 해병대가 이란 미사일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은 중국으로 수출되며, 주로 제재를 감수하고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구매하는 소규모 독립 정유사들이 고객이다. 보텍사의 클레어 정먼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선적한 유조선 13척 중 7척이 서방의 보험 없이 제재 대상인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