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여치가 생존을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춰 몸 색깔을 초록색으로 바꾸는 정교한 위장술을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연구팀은 파나마 바로 콜로라도 섬에서 희귀한 분홍색 여치를 발견했다고 과학 전문매체 IFL사이언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이 여치는 11일 만에 몸 색깔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록색 여치와 구별할 수 없게 변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단순한 유전적 돌연변이가 아니라,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열대우림의 많은 식물은 엽록소가 활성화되기 전 어린잎이 분홍색이나 붉은색을 띠기 때문이다.
과거 자연학자들은 1878년부터 분홍색 여치를 보고했지만, 이를 알비니즘(백색증)과 같은 비경쟁적 돌연변이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기존 학설이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여치가 발견된 섬의 식물종 36%는 붉은색, 흰색, 분홍색으로 잎이 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치가 이런 어린잎들 사이에 숨어 천적의 눈을 피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베니토 웨인라이트 박사는 "기이한 유전적 변이가 아니라, 여치가 모방하려는 나뭇잎의 생애 주기를 추적하는 정교한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의 4개월간 현장 조사에서 발견된 같은 종의 여치 22마리 중 분홍색 개체는 단 한 마리뿐이었다. 색 변화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지, 먹이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