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형은행 유니크레디트가 독일 코메르츠방크에 낮은 프리미엄을 얹은 적대적 인수를 제안하며 유럽 금융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니크레디트는 코메르츠방크에 350억유로(약 50조4000억원) 규모의 인수안을 제시했다. 이는 시장 가격에 4%의 프리미엄만 붙인 수준이다.
FT는 안드레아 오르첼 유니크레디트 최고경영자(CEO)의 이 같은 '헐값' 제안이 코메르츠방크 이사회 및 독일 정부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유니크레디트는 이미 파생상품을 포함해 코메르츠방크 지분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제안으로 지분율이 30%를 넘어서면, 독일 법규에 따라 추가적인 공개 매수 의무 없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지분율이 50%를 넘으면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75% 이상이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지배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코메르츠방크 이사회는 딜레마에 빠졌다. 유니크레디트와 협상해 주주들을 위한 더 높은 프리미엄을 확보하거나, 향후 프리미엄 거의 없이 경영권을 넘겨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FT는 유니크레디트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이탈리아 투자은행 메디오방카는 유니크레디트의 독일 자회사(HVB)와 코메르츠방크 합병 시 발생하는 시너지 가치가 세후 연간 7억유로(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재 가치로 약 70억유로(약 10조원)에 해당하며, 이를 활용하면 인수 프리미엄을 30% 가까이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코메르츠방크 지분 13%를 보유한 독일 정부다.
그럼에도 유니크레디트가 감수할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유니크레디트가 2024년 코메르츠방크 지분 매입을 시작한 이래 주가는 이미 2.5배 상승해, 인수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상당한 평가 차익을 확보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