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과 당나귀의 지구력을 겸비해 인류에게 유용한 가축으로 활용돼 온 노새가 염색체 수 차이로 인해 번식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IFL사이언스에 따르면 노새는 수컷 당나귀와 암컷 말 사이에서 태어난 이종교배 동물로, 1527년 이후 약 500년간 공식 기록된 출산 사례가 60여건에 불과하다.
노새의 생식 불능은 부모인 말과 당나귀의 염색체 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말은 64개, 당나귀는 62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 노새는 총 63개의 홀수 염색체를 물려받는다.
홀수 염색체는 일상적인 세포 분열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자나 난자 등 생식세포를 만드는 감수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쌍을 이루지 못해 정상적인 생식세포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유전학과 소속이었던 모니카 로드리게스는 "염색체들이 짝을 찾지 못해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번식의 한계에도 노새는 기원전 1000년경부터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사육되기 시작했다. 말보다 오래 살고 먹이 요구량이 적으며, 위험 감지 능력이 뛰어나고 험한 지형에서도 안전한 이동 수단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극히 드물지만 노새의 출산 사례는 학계에서도 큰 관심사다. 고대 로마에서는 '노새가 새끼를 낳을 때'라는 말이 불가능한 일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였을 정도다.
실제로 1984년 태어난 노새 새끼 '블루문'의 경우, 유전자 검사 결과 아비의 유전적 표지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등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도 보고됐다. 당시 샌디에이고 동물원 유전학자였던 올리버 라이더는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100억분의 1보다 낮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보고된 드문 출산 사례는 모두 암컷 노새에게서만 나타났으며, 수컷 노새는 생식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