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중단되면서 걸프만 국가들의 수입 공급망에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식료품, 의약품 등 필수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걸프만 국가들은 대체 수송 경로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는 걸프 국가들의 원유 수출길을 막아 국제 에너지 시장을 뒤흔든 데 이어, 필수 수입품의 흐름까지 마비시키고 있다. 물류 업체들은 급히 선박 목적지를 변경하고 육로 운송을 모색하고 있으나 비용 급등과 시간 지연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로난 부데 컨테이너 부문장은 "공급품 가격이 극적으로 오를 것"이라며 "어느 항구에서든 두바이까지 트럭으로 운송하는 비용은 해상 운송료의 몇 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8일 호르무즈 해협 내부 항구로 향하던 컨테이너선 81척 중 43척이 다른 걸프만 항구로 경로를 변경했다. 나머지는 걸프 지역을 완전히 우회했다.
특히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걸프 지역은 식량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며,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프랑스 과일채소산업협회(Interfel)의 크리스토프 벨록은 두바이로 향하던 프랑스산 사과 약 5000t이 해상에 발이 묶였다고 밝혔다.
해당 화물은 전쟁 초기에만 900만유로(약 14억4000만원)의 해상 할증료가 부과됐다. 벨록은 "부패하기 쉬운 상품이라 15일 이상 지체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다른 항구로의 우회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밖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코르파칸 항구나 오만의 소하르 항구로 화물을 옮긴 뒤 트럭으로 내륙 운송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항구는 두바이의 제벨 알리 같은 대형 항구보다 처리 용량이 작아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물류업체 트러커(TruKKer)의 가우라브 비스와스 최고경영자(CEO)는 "항만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있지만 혼잡으로 통관 시간이 늘었다"며 "사우디아라비아행 노선 가격을 5~15% 인상했다"고 말했다.
대체 항구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푸자이라 항구는 이란의 반복적인 공격을 받았으며, 오만의 두쿰과 살랄라 항구도 표적이 된 바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이 드론 공격을 받는 등 항공 운송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UAE 정부는 4~6개월 치의 필수품 전략 비축량이 충분하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항만 운영사 DP월드의 유브라즈 나라얀 CEO는 "인도와 파키스탄에 상품을 집결시킨 뒤 소형 선박으로 푸자이라 등으로 운송하는 재조정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