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해제를 위해 동맹국들에 파병을 요청했으나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를 위해 동맹국들의 군함 파견을 촉구했다. 그러나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파병 약속을 꺼리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홍해에서 진행 중인 해군 임무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해 일부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강력한 미 해군도 해내지 못하는 일을 유럽의 소수 호위함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군사 동맹인 영국 역시 이란에 대한 공격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동맹국들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원유 수입의 95%를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호위함 파견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린 바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요청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동맹국들의 이 같은 소극적인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년간 무역, 방위비 분담 등을 문제 삼아 동맹을 압박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델리 옵서버 리서치 재단의 레이첼 리조 선임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얼마나 많은 신뢰를 잃었는지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는 점도 동맹국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그는 불과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들에게 이란 문제에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파병 요청을 거부하면 나토(NATO)가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제러미 챈 선임 분석가는 "동맹국들은 자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꺼린다"며 "명확한 출구 전략이 없다는 점도 이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