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상 첫 4강 진출과 함께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며 정치적 혼란에 빠진 조국에 희망을 안겼다.

16일(현지시간)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대표팀은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WBC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8-5로 꺾었다.

이번 승리로 베네수엘라는 사상 처음으로 WBC 준결승에 진출했으며, 올림픽 본선 진출 자격까지 획득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베네수엘라는 준결승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탈리아와 맞붙는다.

이날 승리는 베네수엘라에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지난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미군에 체포된 이후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오마르 로페스 베네수엘라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지금 내 조국은 이 순간을 축하하고 있다"며 "그것이 내가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내야수 에우헤니오 수아레스 역시 "야구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라며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했던 행복을 가져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베네수엘라 출신 팬들이 대거 몰려 만원 관중을 이뤘다. 팬들은 조국의 승리에 열광하며 정치적 비극을 잠시 잊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랜도에 거주하는 팬 요르헬레스 마리노(30)는 "우리 모두에게 이 승리가 필요했다"며 "마치 고향에 온 것 같다"고 감격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정치적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자칫 발언이 본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로페스 감독 역시 대회 초반부터 정치 관련 질문을 피해왔다.

로페스 감독은 "나는 보수 없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면서 "우리가 두 경기를 더 치러 온 나라가 일주일 내내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