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넘게 이어진 미국과 쿠바의 13조원대 재산권 분쟁이 양국 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959년 쿠바 혁명 당시 피델 카스트로 정권에 의해 몰수된 미국 시민과 기업의 자산 문제가 양국 간 협상에서 핵심 난제로 떠올랐다. 이들 자산의 현재 가치는 이자를 포함해 약 93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쿠바 공산 정권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다고 보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주도로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1996년 제정된 '헬름스-버튼법'은 쿠바에 몰수된 자산 문제 해결을 양국 간 경제·외교 관계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이미 미국 법정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은 엑손모빌이 쿠바 국영기업을 상대로 정유 시설 반환을 요구한 소송과, 하바나 항만 사용권을 주장하는 기업이 로열 캐리비안 등 크루즈 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미국 해외자산몰수배상위원회에 따르면 1964년 위원회 설립 이후 총 8821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5913건이 공식 인증됐다. 인증된 자산의 원금만 19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이른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캐롤린 체스터(67)씨는 혁명 당시 부모님이 쿠바에서 잃은 토지와 보석 등 자산을 되찾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왔다. 그녀의 가족이 인정받은 피해액은 원금 48만9000달러(약 7억원)로, 정부가 정한 연 6%의 이자가 붙어 액수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체스터씨는 블룸버그에 "다른 나라에 의해 자행된 보상 없는 최대 규모의 재산 몰수"라며 "60년 전에 해결됐어야 할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쿠바와의 협상을 서두르면서 피해자들의 권리를 경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존 카불리치 미국-쿠바 무역경제위원회 회장은 델타항공의 착륙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다른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토마스 J. 허츠펠드 어드바이저의 라이언 페일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도난당한 땅에 투자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쿠바에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