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란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계 에너지 요금 지원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다우닝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영국이 더 넓은 전쟁에 휘말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5분간 통화하며 사태의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스타머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임무 참여는 미국, 유럽, 걸프 지역 동맹국들과 함께하는 '실행 가능한 집단적 계획'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해협의 안정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지원을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사실상 거리를 둔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란 사태가 집단 방위 원칙에 기반한 나토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영국이 이미 해당 지역에 기뢰 제거용 드론과 대드론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위기 대응과 관련해 스타머 총리는 공공 재정이 지원책을 감당할 만큼 튼튼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사태가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 위험해진다"며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부터 서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유층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2년간 가계와 기업 지원에 800억 파운드(약 115조2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 규모다.

단기 대책으로 스타머 총리는 에너지 기업들에 작년 예산안에 포함된 가구당 150파운드(약 21만6000원)의 요금 인하분을 소비자에게 확실히 전달하라는 '법적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난방유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 지역을 위해 5300만 파운드(약 763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