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대만에 의존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3주째 이어지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원료 공급이 차질을 빚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지인 대만의 전력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대만의 높은 에너지 의존도다. 대만은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이 약 11일에 불과해 해상 운송 차질에 매우 취약하다. 이는 최소 52일치 비축량을 확보한 한국이나 약 3주치 재고를 보유한 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대만이 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며, 특히 LNG 공급의 약 37%가 중동에서 온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운송이 심각하게 중단됐다"며 "대만은 물리적인 가스 가용성, 가격 책정, 배송 시점에서 핵심적인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 수급도 문제다. 전 세계 헬륨의 3분의 1이 카타르에서 처리되며, 황은 석유 및 가스 정제 과정에서 생산된다. 이들 원료나 중동에 연료 3분의 1을 의존하는 대만 전력망에 차질이 생기면 TSMC의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TSMC는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가속기와 애플 아이폰 프로세서를 독점 생산하며,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의 약 90%를 제조한다. TSMC의 생산 차질은 올해 약 936조원 규모로 계획된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를 복잡하게 만들고, 가전부터 자동차 산업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숀 킴 아시아 기술 리서치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이 즉시 칩 생산을 중단시키지는 않겠지만, 전력 비용과 원자재 공급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만 경제부는 "3월과 4월 LNG 물량을 확보했으며 전력 공급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호주 등 헬륨 조달처를 다변화해 단일 지역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에너지청은 내년부터 법정 최소 천연가스 재고를 기존 11일에서 14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한편 TSMC는 이날 현 상황이 회사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 전쟁 발발 이후 TSMC 주가는 약 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