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쿠바 압박이 강화되면서 60여년 전 혁명 당시 몰수된 13조원대 미국 자산 문제가 양국 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과정에서 쿠바 정부에 재산을 몰수당한 미국 개인 및 기업 약 6000건의 보상 요구액이 이자를 포함해 총 93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문제는 최근 엑손모빌과 로열 캐리비안 크루즈 등 미국 기업들이 쿠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연방 대법원 심리에 오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엑손모빌은 과거 소유했던 정유 시설에 대한 보상을, 로열 캐리비안 등 크루즈 선사들은 아바나 항구 사용과 관련해 피소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 공산당 정권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다고 규정하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통해 쿠바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정부 역시 지난주 처음으로 양국 간 협상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1996년 제정된 '쿠바 자유와 민주적 연대법'(헬름스-버튼법)은 몰수 자산 문제 해결을 양국 간 경제·외교 관계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어 난제로 작용한다.

미국 해외자산배상위원회(FCSC) 전 위원장인 마우리시오 타마르고 변호사는 "이 몰수 문제는 쿠바 경제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 사건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쿠바 경제 시스템의 매듭을 풀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59년 혁명 이후 쿠바 정부는 토지개혁 등을 명분으로 수많은 미국 기업과 개인의 토지, 공장, 주식 등 자산을 압류했다. 위원회는 총 5913건의 피해를 공식 인증했으며, 당시 가치는 19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수십 년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중 헬름스-버튼법 3조를 발동시켜 몰수 자산을 이용하는 제3국 기업·개인에 대한 소송을 허용했다. 이후 30여건 이상의 관련 소송이 제기됐다.

미국-쿠바 무역경제위원회의 존 카불리치 대표는 델타항공의 배상 요구액(21만2000달러)을 공항 착륙료 면제로 해결하는 등 기업들의 손실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타마르고 변호사 역시 관광 산업 수익을 부채 상환에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자산관리회사 토머스 J. 허츠펠드 어드바이저의 라이언 페일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도난당했다고 주장되는 땅에 투자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이 쿠바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