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트 드 베버 벨기에 총리가 러시아와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드 베버 총리는 지난 주말 공개된 벨기에 신문 '레코'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럽은 러시아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값싼 에너지에 다시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EU 장관들은 즉각 비판을 쏟아냈다. 에바 부쉬 스웨덴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는 매주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생명을 학살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연료를 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쉬 장관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결정을 뒤집는다면 우리는 도덕적 나침반을 완전히 잃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유럽 국가들도 드 베버 총리의 발언에 날을 세웠다. 케스투티스 부드리스 리투아니아 외교관은 블룸버그 TV에 "경험으로 안다. 세상에 값싼 러시아산 석유보다 더 비싼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드 베버 총리가 이끄는 벨기에 연립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막심 프레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대화와 관계 정상화는 다르다"며 "지금 정상화를 말하는 것은 나약함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유럽의 단결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줄여왔다.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합의했으며, 다음 달에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조치도 발표할 계획이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너무 오랫동안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 푸틴이 우리를 협박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기존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 베버 총리는 지난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는 방안에도 반대한 바 있다. 당시 EU는 이 제안을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현재 이 대출안은 헝가리에 의해 가로막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