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둘러싼 기업과 주주 간의 분쟁 중재 역할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SEC는 2026년 주주총회 시즌부터 주주제안을 안건에서 제외하려는 기업의 이의 신청을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SEC는 과거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업무 지연을 이유로 들었다.

주주제안은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주주들은 최소 2000달러(약 288만원) 상당의 주식만 보유해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등에 관한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

기업들은 주주제안이 사업과 무관하거나 절차를 위반했다며 SEC에 이의를 제기해 안건 상정을 막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다. 2023~2025년 시즌 동안 SEC는 기업 측 요청의 약 절반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SEC가 이러한 중재 역할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사실상 기업이 일방적으로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동주의 소액주주들은 이를 두고 "자본주의를 해체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재계는 그동안 주주제안 제도가 남용돼왔다는 입장이다. 미국 경영자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과 상공회의소 등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며 주주제안을 위한 최소 주식 보유액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텍사스주는 지난해 주주제안 자격을 최소 100만달러(약 14억4000만원) 또는 지분 3% 이상 보유 주주로 대폭 강화했다. 기업들은 소수 주주들의 제안에 대응하는 데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고 토로한다.

소액주주들의 주요 타깃이었던 아마존은 올해 이미 인권 보호, 플라스틱 포장, 인공지능(AI) 실사 등과 관련된 다수의 주주제안을 거부했다. 아마존은 해당 제안들이 "경영을 미세하게 관리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를 두고 진보와 보수 성향의 행동주의 주주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연출됐다. 이들은 주주제안 접근성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결국 모든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