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이후 투자 자금이 원유 등 실물 자산으로 쏠리면서 비트코인이 상승 동력을 잃고 7만달러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싱가포르 시장에서 한때 3.6% 상승했으나 오름폭을 일부 반납하며 7만36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은 대부분 6만달러에서 7만5000달러 사이의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반면 이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전통적인 '구경제' 자산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긴장이 격화된 후 며칠 만에 배럴당 70달러에서 120달러까지 약 70% 급등했다. 현재는 1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알루미늄 가격 역시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다.
재스퍼 드 매어 윈터뮤트 전략가는 "시장이 소폭 상승하면 미결제 약정이 쌓이고 자금 조달 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후 다시 가격이 오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5년 후반과 비교해 현재 거래량이 얇아져 가격 변동성에 더 취약해졌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야 코벨릭 아미나은행 파생상품 트레이딩 책임자는 "과거 약세장에서 나타났던 급격한 매도 후 20% 반등, 이후 정체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상승 돌파할 모멘텀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상은 실물 자산으로의 광범위한 자금 순환이 디지털 자산을 침체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제프 커리 칼라일 에너지 패스웨이 최고전략책임자는 이를 '구경제의 역습'에 비유하며 'HALO(중량 자산, 낮은 노후화) 자산' 보유를 주장했다. 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속, 금, 석유를 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 분쟁 시작 이후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칼 나임 XBTO 최고상업책임자는 이를 비트코인이 전통적인 위험 자산 시장과 탈동조화할 수 있는 성숙한 자산이라는 증거로 해석했다. 블룸버그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최근 3주 연속 순유입이 이어지며 20억달러 이상이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이 원자재 공급망에 쏠려있는 한, 비트코인이 가진 희소성만으로는 가격을 끌어올리기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