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이어지던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이란 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의 분쟁 격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10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이와자산운용의 다테베 가즈노리 수석 전략가는 브렌트유 가격이 10% 오르면 일본 기업의 순이익이 1~2%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본 증시의 토픽스 지수는 지난 6개월간 15% 상승하며 미국, 유럽, 중국 증시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이러한 상승세의 핵심 동력은 기업들의 견고한 이익 성장 전망이었다.

하지만 유가 급등으로 시장의 기대감은 꺾이는 모양새다. NLI리서치의 이데 신고 수석 주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내년 일본 기업들의 두 자릿수 이익 성장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한 자릿수 성장이나 최악의 경우 이익 감소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소나자산운용의 시모데 마모루 전략가는 이란 분쟁이 4월 이후까지 계속될 경우, 기업들이 연간 실적 발표에서 더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고용 시장 둔화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 가능성도 악재로 꼽힌다. SMBC닛코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전자, 운송 장비, 은행 등 주요 업종이 압박을 받으면 토픽스 전체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랩의 히라카와 쇼지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과거 유가 관련 증시 폭락은 유가가 두 배 이상 급등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했을 때 촉발됐다"며 "현재 유가 상승률은 50% 수준이고 수요도 견조해 기업 이익 증가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 역시 2027년 3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유가 상승률이 연간 20~30% 수준에 머문다면 두 자릿수 이익 성장 전망은 유지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