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회계업계가 심각한 인재 유출로 미래 파트너급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회계법인들은 낮은 초봉과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빅4'(딜로이트, EY, KPMG, PwC)에서도 경력을 쌓은 직원들이 몇 년 만에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금융권 등으로 떠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 빅4 소속 주니어 회계사는 FT에 "회계업계는 2류 졸업생들을 끌어들인다"며 "최고 인재들은 컨설팅 회사나 투자은행으로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KPMG 런던 소속 신입 감사직원의 연봉은 3만2500파운드(약 5940만원)로, 런던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 연봉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인재 이탈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에 따르면 2024년 영국과 아일랜드의 회계학 전공 학생 수는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회계 인재 지수를 발표하는 어드밴스트랙은 인력난으로 인해 영국 회계법인의 40%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일부 회계법인은 우수 인재를 위한 고속 승진 경로를 마련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주니어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있다. 알리 보나드 딜로이트 감사·보증 부문 매니징 파트너는 "기술 덕분에 주니어 감사들이 더 흥미로운 일에 집중할 시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에서는 회계법인들이 초봉을 인상하고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으로 회계학 전공 학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5년 석사 학위 소지자의 초봉은 2023년 대비 약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수나 기술의 문제를 넘어 회계라는 직업의 정체성 위기가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앨런 생스터 애버딘대 교수는 "20년 전 학생들은 공인 회계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