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상징인 전통 대나무 비계(飛階) 기술이 존폐 위기에 놓였습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안전 문제를 이유로 대나무 비계를 금속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천년 역사의 기술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168명의 사망자를 낸 아파트 화재 사건 이후 본격화되었습니다. 당국이 화재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대나무 비계를 지목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현재 홍콩에 등록된 대나무 비계 장인은 약 2500명입니다. 홍콩은 현대 건축에 이 고대 기술을 사용하는 세계 마지막 장소 중 하나로 꼽힙니다.
20년 경력의 장인 케니 리(57)는 FT에 "이 기술은 천 년 넘게 전해져 왔다"며 "사라진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전문 장인의 수는 절반으로 줄어 약 40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인들은 대나무가 금속보다 가볍고 탄력성이 좋으며 가격도 저렴해 오랫동안 선호되어 왔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고정된 크기로 나오는 금속과 달리, 대나무는 길이를 자유롭게 잘라 좁은 공간에서도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성 장인 데이지 팍(31)은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우리 모두 직업을 바꿔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도 "화재 사건 이후 각계각층에서 지지가 쏟아져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대나무 비계로 지은 축제 극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임시 대나무 구조물 제단'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장인 17명이 60일간 3만 개 이상의 대나무를 사용해 지은 5층 높이의 건축물입니다.
대나무 비계 기술은 현대 예술계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웨덴 출신 예술가 랩시 람은 이달 홍콩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대나무를 핵심 주제로 다룬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