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제동이 걸렸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 직면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막 승기를 잡으려던 시점에 터진 악재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장기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을 평가하며 성장률 전망은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다시 높이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유럽과 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가 지난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3월 들어 G7과 서유럽 국가 대부분의 2026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유로존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ECB 목표치(2%)를 소폭 웃도는 2.1%로 제시됐다. 영국의 전망치는 2.5%에서 2.6%로, 미국의 전망치는 2.7%로 각각 0.1%포인트씩 올랐다.
모리 옵스트펠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오르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중앙은행 총재들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금리 예측도 급변했다. 트레이더들은 연말까지 ECB가 최소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은 영란은행의 연내 2회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나, 이제는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크게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한 달 전만 해도 연말까지 금리 동결을 예상한 트레이더는 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7%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번 충격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와 달리 현재는 각국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노동 시장도 비교적 느슨해져 임금-물가 상승의 악순환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 충격은 러시아 에너지 공급 중단 사태를 능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닐 시어링 캐피털 이코노믹스 연구원은 "분쟁의 지속 기간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은행들은 2022년 인플레이션 충격을 '일시적'이라고 오판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옵스트펠드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의 교훈은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경계하는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은 2026년에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