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의 자선 캠페인 '기빙 플레지'가 참여 저조와 일부 서약자의 이탈 움직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2010년 시작한 기빙 플레지의 신규 서약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기빙 플레지는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운동이다.

출범 초기 5년간 113가족이 서명했지만, 이후 5년간 72가족, 그 다음 5년간 43가족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단 4가족이 서명하는 데 그쳤다.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이 서약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특히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일부 서약자에게 공개적으로 탈퇴를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틸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기빙 플레지를 '가짜 부머 클럽'이라 칭하며, 약 12명의 서약자에게 약속을 철회하라고 개인적으로 독려했다고 밝혔다.

틸은 일론 머스크에게도 기부금이 게이츠가 선택할 좌파 비영리 단체에 흘러갈 것이라며 서약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내가 대화해 본 대부분의 서약자들은 서명한 것을 최소한 후회한다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억만장자들은 기빙 플레지를 떠나거나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중반 별다른 설명 없이 서약자 명단에서 조용히 이름을 뺐다.

마크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부부의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는 교육 및 사회 정의 분야 인력을 8% 감축했다. 대신 비영리 생명공학 연구소 네트워크인 '바이오허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실리콘밸리 내 기부에 대한 시각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설립과 일자리 창출, 기술 혁신 자체가 사회에 대한 기여이며, 자선 활동은 부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서약자가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 향후 20년간 남은 재산 2000억달러 이상을 게이츠 재단을 통해 모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스럽게 죽는 것"이라는 앤드루 카네기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